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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미용실에서

미용실에 가는 것은 기분 좋은 일입니다.

 

일단은, 어수선한 머리를 정돈할 수 있으니 좋고요,

가만히 의자에 앉아 있으면 알아서 머리를 손질해 주니 좋지요.

 

설날을 하루 앞두고 미용실에 갔습니다.

사는 게 바쁘다 보니, 미용실 갈 시간도 없었나 봅니다.

 

저는 미용실에 가면 의자에 앉아서 졸 때가 많습니다.

그 졸음을 저는 좋아합니다. 마음의 평화 같은 것.

 

어제도 졸다가 깨서, 하얀 천 위의 머리카락을 보다가,

예전에 비해 머리카락 속에 흰 머리카락이 드문드문 눈에 띄는 것을 알았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흰머리가 좀 있었어도 미용실에서 눈에 띌 정도는 아니었는데 말입니다.

문득, 서글픔이 밀려옵니다.

 

아, 벌써 세월이 이렇게 흘렀구나.

 

꾸벅꾸벅 졸면서 느끼던 마음의 평화는 저만치 가고,

여러 가지 복잡한 상념에 잠겨 들었습니다.

 

어쩌겠습니까.

자연의 이치인 것을.

 

그리고, 미용실 의자에 앉아, 더이상 제 것이 아닌, 제 머리카락을 보면서,

이렇게 속으로 혼잣말을 중얼거렸습니다.

 

아직은, 검은머리가 훨씬 많은데 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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