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가 생겨서 연고와 면봉을 샀습니다.
약국에서 준 면봉은 플라스틱 상자에 들어있어 제법 고급스러워 보였습니다.
작은 상자에 가득한 면봉은 아무리 써도 줄어들지 않을 것처럼 보였습니다.
나는 화수분을 보듯 목화솜 같은 면봉을 신기하게 바라보았습니다.
내가 쓰기 위해서 면봉을 산 것은 이번이 처음인지라,
나는 연고를 바르다가 떨어뜨리기도 하고, 한두 번 대충 바르고 면봉을 버립니다.
면봉은 셀 수 없이 많아 보였으므로.
세월은, 상처를 아물게 합니다.
상처를 봉합한 지 닷새 뒤에 실밥을 뽑고, 2주 뒤에는 상처가 완전히 아물었습니다.
그 사이, 그렇게 많아 보이던 면봉은,
어느새 두 개만 덩그러니 남았습니다.
그제서야 나는 플라스틱 상자에 씌인 면봉의 개수를 보았습니다.
100개.
다시 보니,
겨우 두 개의 면봉이 남아있는 작은 플라스틱 상자가 왠지 쓸쓸해보였습니다.
엊그제 마트에 가는 김에 면봉을 샀습니다.
제법 큼직한 것을 샀는데, 200개가 들어 있다고 적혀 있습니다.
새로 사온 면봉을 보면서 나는,
면봉은 다시 사면 그만이지만,
우리네 삶은, 면봉처럼 다시 사올 수 없는 것임을, 느끼게 됩니다.
많다고 생각하고 함부로 쓰면,
어느덧 사라지고 마는 것.
목화솜같은 면봉을 보면서, 새삼스레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