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척 결혼식이 있어 여의도에 갔습니다.
역시나, 사람은 많고, 여유는 없었습니다.
훈훈한 인간미는 사라지고,
겉치레만 가득했습니다.
사람들은 고지서의 요금을 내듯 축의금을 내밀고,
서둘러 점심을 먹으러 갔습니다.
뷔페에는 가지가지 음식으로 가득하였지만,
따뜻하고 구수한 음식은 없었습니다.
중국과 칠레와 아르헨티나, 베트남, 태국, 터키, 미국, 스페인, 에콰도르, 러시아, 일본... 온갖 나라에서 수입한 음식 재료들로 가득하였지만, 마음놓고 먹을만한, 정겨운 음식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냥, 따뜻한 국수 한 그릇이면
마음까지 훈훈해질 텐데 말입니다.
문득, 입맛이 씁쓸합니다.
나를 포함한 하객들은,
시장통보다 어수선한 곳에서
국적도 모를 음식 몇 가지를 집어먹고 서둘러 자리를 떴습니다.
지하철역으로 향하는 잠깐 사이에,
섣달 추위가 얼굴을 매섭게 할퀴고 지나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