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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어머니

여름 휴가철이라서

버스를 타고 어머니 계시는 고향에 다녀왔습니다.

 

이 염천에,

어머니는 선풍기도 꺼내놓지 않으셨더군요.

 

어머니,

이렇게 더운데 왜 선풍기를 안 쓰세요?

 

덥긴 뭐가 덥냐.

찬물로 씻고 나면 하나도 안 덥다.

 

전깃세는 흙 파서 내냐.

나는 괜찮다.

 

어머니.

제발  곰팡난 쌀좀 버리세요.

 

남들도 다 먹는데 아깝게 왜 버린다냐.

난 괜찮다.

 

나는 곰팡난 쌀을 차마 먹을 수가 없어서,

마트에 가서 봉지 쌀을 사다가 밥을 지었습니다.

 

늦은 밤에 모자가 나란히 밥을 먹습니다.

내가 고집을 부려 선풍기를 강풍으로 돌렸습니다.

 

내가 무슨 말을 한들,

어머니 마음이 바뀔 리 있겠습니까.

 

하도 마음이 편치 않아,

사흘 계획한 고향길을, 허위허위 재촉해서 이튿날 그냥 올라오고 말았습니다.

 

도시에 와서도 마음이 개운치 않고,

자꾸만 푸르스름한 곰팡이와, 그 곰팡이 냄새가 가득한 쌀과,

한여름의 더위에 점령당한 어머니의 집이 내 마음을 떠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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