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결혼식장에서
친척 결혼식이 있어 여의도에 갔습니다. 역시나, 사람은 많고, 여유는 없었습니다. 훈훈한 인간미는 사라지고, 겉치레만 가득했습니다. 사람들은 고지서의 요금을 내듯 축의금을 내밀고, 서둘러 점심을 먹으러 갔습니다. 뷔페에는 가지가지 음식으로 가득하였지만, 따뜻하고 구수한 음식은 없었습니다. 중국과 칠레와 아르헨티나, 베트남, 태국, 터키, 미국, 스페인, 에콰도르, 러시아, 일본... 온갖 나라에서 수입한 음식 재료들로 가득하였지만, 마음놓고 먹을만한, 정겨운 음식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냥, 따뜻한 국수 한 그릇이면 마음까지 훈훈해질 텐데 말입니다. 문득, 입맛이 씁쓸합니다. 나를 포함한 하객들은, 시장통보다 어수선한 곳에서 국적도 모를 음식 몇 가지를 집어먹고 서둘러 자리를 떴습니다. 지하철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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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동에서
시인은 압구정동을 욕망의 통조림이라고 했다. 바람부는 날에는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고 했다. 바람이 불지 않는 날에도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고 했다. 며칠 전, 바람부는 날이 아니라, 눈 날리고 겨울비 내리는 날에 압구정동에 다녀온 적이 있다. 눈비 내리는 압구정동, 숲속의 나무들처럼 촘촘한 성형외과 광고판들이 손짓하였다. 사람들은 예뻐지기 위해 뼈를 깎는 고통과, 적지않은 비용을 감수한다. 오, 평등해지고 싶은 욕망이여, 평등을 시샘하는 욕망이여, 욕망과 욕망이 뒤엉켜 싸우는 아이러니여. 누가 돌을 던질 수 있으랴. 누가, 고결한 정신이 아닌, 껍데기 따위를 광내는 데 집착하는 천박한 영혼이라고 침뱉을 수 있단 말인가. 모두가, 제 영혼과 제 목숨을 걸고, 뼈를 깎는 고통을 한 짐씩 등에 지고, 눈 질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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