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압구정동에서

동백나무숲 2013. 1. 22. 09:21

시인은 압구정동을 욕망의 통조림이라고 했다.

바람부는 날에는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고 했다.

바람이 불지 않는 날에도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고 했다.

 

며칠 전, 바람부는 날이 아니라,

눈 날리고 겨울비 내리는 날에 압구정동에 다녀온 적이 있다.

 

눈비 내리는 압구정동,

숲속의 나무들처럼 촘촘한 성형외과 광고판들이 손짓하였다.

 

사람들은 예뻐지기 위해

뼈를 깎는 고통과, 적지않은 비용을 감수한다.

 

오, 평등해지고 싶은 욕망이여,

평등을 시샘하는 욕망이여, 욕망과 욕망이 뒤엉켜 싸우는 아이러니여.

 

누가 돌을 던질 수 있으랴.

누가, 고결한 정신이 아닌, 껍데기 따위를 광내는 데 집착하는 천박한 영혼이라고 침뱉을 수 있단 말인가.

 

모두가, 제 영혼과 제 목숨을 걸고, 뼈를 깎는 고통을 한 짐씩 등에 지고, 눈 질끈 감고 인내하는 것을.

 

오, 눈부신 압구정동의 욕망이여.